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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본주의에 관한 문학 작품을 읽고 생각하다가, 문득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까지 닿게 되었다. 몇 십년 전에 비판적인 이 작품이 쓰여졌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무엇도 바뀌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것을 읽으며 비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에게 불편한 감정만을 안겨줄 뿐 더 나은 이론은 제시하지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지도 못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문학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사실 문학은 오랜 기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나마도 권력의 주변을 맴돌았던 중세기를유 넘어 근대로 와서는 더 심해졌다. 그리고 문학의 유용성에 관한 그 물음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쉽게 말해, 문학이 밥을 먹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이 아무리 열심히 생각이 표현된 산물이라 해도, 그것이 권력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일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 김현의 어머니는 문학을 '아무짝에도 써먹지 못하는 것'이라 표현했고 그는 내내 그 질문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내 대답한다.
그에 따르면 그런 맥락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며,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문학이 쓸모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보편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쓸모있는 것'들은 인간을 억압하지만,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문학은 유용성을 통해서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우리 삶에 존재하는 모든 억압하는 것과 억압 당하는 것들을 보여주며, 우리는 그것을 통해 억압의 영향을 인지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나는 자본주의에 대해 날을 세운 작품들을 읽으며 그들이 비판하는 것은 고도화된 사회에서 으레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라 반박했다. 그러나 감상 후에 끊임없이 사고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시 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나를 억압하는 대상을 모르는 내 무지때문임을 깨달았다. 인간인 내가 상품처럼 소위 '스펙'을 달고 유용성의 기준에 따라 선반 위에 올려져 선택을 기다리는 것.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어떤 그 부조리함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내가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고할 의지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문학은 이처럼 우리를 옭아메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를 깨우고 사고하게 만든다. 이 과정은 분명 불편하다. 때로는 내가 살아온 삶 (나에게는 열심히 쌓아온 스펙)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문학은 끊임없이 이 무지와의 싸움을 계속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끊임없이 '불편한 사고'를 계속 할 것이다.
처음 나의 물음이 시작된 이유와 같이, 몇 십년 안에 문학이 이 사회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문학으로 하여금 사람들은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질문하며 사고할 것이다. 그렇게 사고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성하며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와 더 나은 세계로의 초월을 욕망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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